미국 포닥,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 (Why do postdoc go back to Korea?)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미국으로 포닥을 나오기도 힘든데, 나와서 미국의 정착 기회가 있는데도 왜 한국에 들어가 취업을 하냐는 것이다. 문듣 한국 박사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종류의 글들을 많이 본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는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자신이 돌아가서 행복하고 꿈을 이루는 선택이라면 당연히 응원받아야하고 자랑스러운 선택이고 성취다. 가끔 왜 미국에 남는게 더 나은 거라는 막연한 의미의 질문을 받을 때,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다.

그래서 질문의 의미를 좁혀 "미국에 남고 싶은데 왜 한국에 돌아가나요"로 바꿔야 할 듯 싶다.

나도 처음 포닥을 나올 때 생각해보니 포닥을 오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4~5년 정도.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한국에서 대학원생 월급을 받을 때였고, 포닥 계약을 처음 했을 당시에 1년에 5만불 정도로 계약을 했으니 당연히 부유한 포닥 생활이 될거라고 착각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금을 떼고 생활을 하면 그렇지 않다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포닥은 오래하면 오래할수록 자신의 경력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일찍 깨닫는게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지도 교수님이 말씀해주셔서 알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해외 포닥을 좋게 보기 때문에 막연히 오래 포닥을 하면 좋은 경력을 많이 쌓는 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포닥의 올바른 인식은 나머지 공부와 같은 것이다. 박사 과정 때에 충분히 유능하고 운이 좋았다면 포닥 없이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해 포닥을 시작했다면 짧게 포닥을 하고 좋은 직업을 구하는 것이 유능한 포닥의 표시가 될 것이다. 오래 포닥을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어서 오래 포닥을 하고 여기저기 찔러 보지만 만족할 만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다시 말해 미국에서 포닥을 오래 하면 오래 할 수록 미국에 자리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회사에서는 포닥을 오래하는 걸 매우 꺼려하고, 미국 학교에서는 위에 말했다시피 장기간의 포닥을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미국에서 오래 포닥하는걸 그나마 인정해주는게 국내인 것 같다. 미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를 원한다면 이걸 미리 알고 미국에 정착할 마음과 준비를 처음 올 때부터 미리 해야지만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다른 포스팅에 나와 있듯이 회사로 갈 지, 학교로 갈 지 결정을 한 후에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한다. 영주권도 최대한 빠르게 준비를 해야하고, 네트워크를 위한 활동도 해야하고, 그 사이에 연구도 해서 논문도 써야한다. 그리고 포닥을 2년을 넘기지 않은 시점에 그다음 포지션에 대해 결심을 하고 3년이 되지 않았을 때 다음 포지션으로 넘어가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굉장히 바쁘고 힘든 2~3년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면 미국 교육을 받은 이력서와 OPT VISA로 미국 취업이 훨씬 수월하지만, 한국에서 온 외국인 포닥은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 잘 모르고 1년 2년 실험실에서 순수하게 연구에 매진하며 보내게된 포닥 생활이 4년 5년차 장수포닥이 되게 하고, 오랜 포닥은 자신의 경쟁력을 낮추고, 그 다음 직업을 찾는데 장애물로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J1 비자가 만료되게 되고, H1B를 받는 다 해도 매번 Sponsorship을 통해 연장을 받아야 되는데, 신분 자체가 굉장히 불안정하게 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진다는 의미이다. 미국 포닥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분 문제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

그러므로, 미국에 남고 싶다면 미국에 남을 준비를 포닥을 시작할 때, 심지어 포닥 시작 전부터 준비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VISA문제, 취업문제, 경제적 문제, 나이의 문제, 삶의 질 문에 등 자연스럽게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댓글

  1. 한국 대학원생입니다. 자세한 얘기와 조언들 잘봤습니다. 다른 게시글도 천천히 봐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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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음가짐과 계획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혹시 국내 박사출신으로 미국 테뉴어트랙을 바라보는, 미국포닥을 하고 계시는/생각하시는 분들이 글을 읽을까하여 약간의 넋두리(? 조언?)을 남깁니다.

    2-3년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해요. 글쓴이 분께서 말한 2-3년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분야마다 박사후 바로 테뉴어트랙으로 가는게 norm이 아닌 분야도 있고, 미국 유명학교 PhD인 미국인들도 1-3년 포닥하는게 당연한 경우도 많으니까요). 국내 박사 출신으로서는 미국문화와 미국학계문화, 영어에 적응하는데도 최소 1-2년지나야 그나마 감을 잡는 정도니까요. 미국인들도 이해합니다. 다만, 그들이 이해할 정도의 실적과 '감각'은 있어야겠죠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요).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마시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논문은 당연히 중요하고, 미국은 그랜트 따본 경험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그리고 테뉴어트랙 교수가 된다는 것은, 연구, 티칭 뿐만아니라, 서비스도 잘, 많이 해야하는 직업이라는 걸 생각하면 염두해야합니다. 포닥 기간에 '서비스' 경험(각종 committee에 봉사활동, 학회 봉사활동 등)을 하면 좋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네트워킹, 문화, 영어도 배우고요). 아마 국내박사 출신들은 한국문화 상 본인이 알게 모르게 서비스를 많이 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나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연구해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 이런 것 까지 해야하지? 하는 것들 말이죠 ㅎㅎ), 그런 걸 미국에서도 하시면 좋습니다 (미국 출신들은 알게모르게 많이 하고 있고 있어요). 모두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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