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닥 - 비지팅 포닥 VS 풀펀딩 포닥 (Visiting Scholar VS Postdoctoral Fellow)

포닥을 지원하실 때가 되면 제일 많이 걱정이 되는 부분이 바로 펀딩입니다. 풀펀딩을 받는 것이 무조건 좋아보이고, 펀드를 한국에서 들고 가는 경우 안좋게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는데요. 제가 미국에 와서 포닥을 하면서 느낀 점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기록을 해보려고 합니다.

테크니컬하게 펀드를 미국에서 받는 경우와 한국에서 들고오는 경우 어떤 차이가 있는지 먼저 설명을 하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일을 시키려면 보수를 줘야하고, 보수를 받지 않고 일을 시키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즉, 펀드를 한국에서 가져오게 되면 학교에서 행정적으로 봤을 때,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펀드를 들고오는 연구원들을 Visiting Scholar라는 Title을 주게되고 보험이나 연금 등 학교에서 어떠한 혜택도 해주지 않습니다. 반면, 법적으로 1주일에 40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근로자를 Full-time 근로자로 분류하게 되고 40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근로자에게는 무조건 보험과 연금 및 Full-time에 맞는 혜택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펀드를 미국에서 받는 경우, 월급이 그 학교 시스템을 통해 입금이 되므로 1주일에 40시간 일을 하는 근로자로 분류가 되서 Postdoctoral Fellow라는 Title과 함께 보험 및 연금 등 혜택이 주어지게 됩니다.

이런 혜택과 별개로 한국에서 펀드를 가져오는 경우, 학교에서 월급을 주지 않으므로 학교에서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발급하는 절차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로 보면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개념인데요. SSN이 없기 때문에 은행을 개설하거나 집을 구하는 등 여러가지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미국에서 월급을 받게 되면 세금 신고 및 여러가지로 SSN이 필요해서 학교 및 이민국에서 자동으로 이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줘서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훨씬 편합니다. 이런 생활의 측면 외에, 한국에서 펀드를 받아서 오는 경우 미국으로 이민을 결정하거나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J1 비자의 2년 거주룰을 면제 받아야 하는데 이게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미국에서 펀드를 받으면 미국에 이민을 결정하게 되거나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미국에 남아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질 때, 나은 환경을 가지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하는 일의 측면에서 풀펀딩을 받는 경우, 그에 따르는 의무가 있고 그 무게가 적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에는 산업체에서 나오는 펀드로 포닥 생활을 했었는데요. 목표 자체가 산업체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학술적이지 않고, 다시 말해 논문 쓰기 어렵고) 분기별로 보고를 해야해서 연구 같지 않은 노동에 가까운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분기마다 약속한 정량적 정성적 목표를 이루어서 발표를 해야해서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소모적이었고, 지도교수님 자체도 이 연구를 통해 좋은 연구를 해서 좋은 논문을 쓰는게 목적이 아니라, 회사에서 원하는 것을 잘 해주고 다음 년도에 또 연구비를 따는게 목표였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에서 나오는 과제를 하는 경우 이보다 나은 포닥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과제는 1년씩 결과에 따라 갱신하는 반면 정부과제는 보통 이보다 안정적입니다. 보통 1년에 한두번 정도만 학술적인 연구를 해서 발표를 하면 되서 노동 보다는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보다는 정해져있는 일들을 해야한다는 단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펀드를 들고오게 되면 지도교수가 일을 시킬 권리가 없고, 지도교수의 일을 해야만 하는 의무도 없습니다. 지도교수님과 이야기할 때 발언권이 더 크고, 하고 싶은 연구나 논문을 쓰는데에 더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펀드를 들고 오면 오기 전에 하던 연구를 계속하거나 미리 계획을 잘 해서 올 수 있어서 성과도 빨리 나오고 잘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학술진행재단 (학진) 해외포닥 펀드를 가지고 나오시는 분들이 제일 부러웠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꼭 이 펀드를 따서 나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예외가 있습니다. 예외로 해야할 부분은 간혹 풀펀딩을 받지만, 지도교수님 자체가 연구비가 아주 많으면서 포닥에게 사사건건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풀펀딩 받으면서 아무런 의무 없이 자기 하고 싶은 연구하고 쓰고 싶은 내용으로 논문 쓰고 잘 떠나신 분들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연구실을 잘 찾아 가는 것도 포닥에서 성공하는 방법이겠지요.

마지막으로 펀드를 들고 나오는 경우, 한국으로 지원을 할 때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 사실? 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지는 못했기 때문에 저도 들은 내용입니다. 풀펀딩 포닥이었는지, 비지팅 신분의 포닥이었는지 한국의 어떤 곳에서는 이를 구분지으려고 하고 증거 자료를 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곳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펀드를 어디서 받든 모두 고생하고 같은 환경에서 연구하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애써 이걸 구분해서 차별을 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하지만 제 주변에서 펀드를 한국에서 들고와서도 좋은 연구하고 단기간(1~2년)에 한국에 돌아가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분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를 할 부분은 아닌것 같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펀드를 어디서 받느냐 보다는, 미국에 와서 어떤일을 하게 될지를 잘 판단하고, 그 일이 포닥을 마치고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인지 성과가 적절한 시점에 나올 수 있는지 잘 생각 해야 하며, 포닥을 나와서 짧은 시간 동안 외적, 내적인 성과를 이루고 이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잘 찾아서 나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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